이상한 나라에 간 파울라
그림 : 에바 무겐탈러
글 : 파울 마르
옮긴이 : 김서정
출간 : 2009년 1월 15일
시공주니어
서평 : 이대균(배재대학교)
표지를 보면 한 아이가 잠옷을 입고 빨간 물감 연못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신나는 모험을 기대하는 듯 웃음을 머금고... 주인공인 파울라가 처음 간 곳은 모든 것이 동그란 동글나라이다. 그곳엔 동그랗게 머리를 만 통통한 임금님이랑 동그라미만 그리는 컴퍼스 왕관을 쓴 동그라미 왕자가 있고, 나무도 책상도 동그랗다. 그러니 체크무늬 잠옷을 입고 직사각형 수레를 끌고 다니는 파울라가 한눈에 띌 수밖에. 임금님은 동그라미 경찰을 시켜서, 그들과 다른 파울라를 당장 잡아서 가둔다. 동글나라 사람들은 말한다. 네모난 과자도, 네모난 초코릿도 먹으면 안되고, 뽀족한 모서리가 있는 물건은 절대 가져서는 안 된다고! 그러면서 파울라의 잠옷에 있는 체크무늬를 지우고 동그란 모양을 붙이는가 하면, 네모난 수레를 둥글게 깎고, 쭉쭉 뻗은 머리카락을 둥글게 만다. 결국 파울라는 똑같은 모습을 강요하는 그들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나라로 도망친다.
도망쳐 나온 파울라가 간 곳은 모든 것이 뾰족한 뾰쪽나라, 이어서 모든 것이 빨강색인 빨강나라, 모든 것이 거꾸로인 거꾸리나라를 여행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를 가든 파울라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결같다. 뾰쪽나라의 뾰쪽수염 임금님도, 빨강나라의 토마시나 여왕님도, 거꾸리나라의 백열전구 임금님도 “우리랑 너무 다르잖아!”라고 외치며 파울라를 체포하라고 명령한다.
이 책은 ‘똑같음’을 강요하는 어른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세상을 탐험하면서 모든 것을 경험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 준다. 파울라가 자신을 그들과 똑같이 바꾸려는 이상한 나라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고 당당하게 탈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통쾌함을 느끼고 어려움이 닥쳐도 헤쳐 나가는 용기를 배울 것이다.
또한 동글나라, 뾰족나라, 빨강나라, 거꾸리나라 등이 보여 주는 판타지 세상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 모험심을 자극한다. 에바 무겐탈러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작가 파울 마르가 만든 상상의 세계를 살아 움직이도록 재창조해 냈다. 뾰족나라의 반듯반듯한 집, 세모모양 나무, 뾰족뾰족한 물고기, 삐죽빼죽 경찰과 직각삼각 공주의 기발한 모습은 웃음까지 자아낸다.
신나는 모험을 끝낸 뒤 따뜻하고 포근한 침대나라로 돌아오는 결말이 안정감을 주어, 잠자기 전에 읽어 주는 동화로도 손색이 없다. 잠자기 전의 상상 놀이처럼 다른 나라로 떠나는 장면이나, 꿈속에서 여행한 다양한 나라의 흔적들이 아이 방에 모두 드러나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 현실과 판타지의 연계 또한 확실하다. 또한 작가 특유의 언어유희가 우리말 번역에서도 잘 살아 있으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그림에는 볼거리가 많다.
이 책은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개성있는 표현을 존중하지 않고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잣대와 기준에 의해서 아이들을 길들이려 하는 잘못된 풍토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저마다의 개인적 특질을 갖고 본디 다 다르게 태어난 아이들이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억압하는 어른들 때문에 자신만의 개성을 잃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