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작고 빨간 물고기
글, 그림: 유태은
발행일: 2008. 2
출판사: 베틀북
서평: 김정화 (숭의여대 유아교육과)
요즘 우리나라에도 어린이 도서관이 하나씩 둘씩 늘고 있다. 사직도서관이 유일무이한 어린이도서관이던 시절에 비하면 참 반가운 일이다. 최근에 지어진 어린이도서관들은 하나같이 밝고 환하고 방안 구석구석이 한눈에 들어오는 공통점을 갖는다. 작고 빨간 물고기에는 도서관에 대한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정감있는 ‘도서관’이 등장한다.
바닥에서부터 천정까지 서가에 빼곡히 들어찬 책들, 사방이 책들로 가득 차 있지만 사람을 압도하거나 위압적이지 않고 정겹고 다정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커다란 창, 따뜻한 스탠드 불빛, 고풍스럽고 한적해서 다소 비밀스러운 느낌이 드는 공간. 책과 나만의 내밀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 방해받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끝없이 펼칠 수 있는 곳.
제제는 작고 빨간 물고기를 데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도서관에 간다. 따스한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깜박 자다 깨어 보니 밖은 이미 어둑어둑하다. 달빛이 비치는 창가에서 빨간 물고기에게 책을 읽어 주던 제제는 갑자기 물고기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물고기를 찾아 도서관 구석구석을 샅샅이 헤매던 제제는 급기야 물고기를 따라 책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아슬아슬한 모험 끝에 겨우 작고 빨간 물고기를 잡아 어항에 넣어 준다. 제제는 내일 또 오기로 약속하고 할아버지와 함께 도서관을 나선다.
이 책의 텍스트는 간결하고 정제되어 있다. 특히 상상이 극대화되는 부분에서는 글 없이 그림만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소리내어 말하게 만든다. 즉, 작가와 독자가 협력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게 된다. 이 책의 백미는 제제가 책을 펼치자 수십 마리의 작고 빨간 물고기가 몸을 퍼덕이며 쏟아져 나오는 장면이다. 나도 모르게 ‘와’하고 탄성을 지르게 된다. 또한 작고 빨간 물고기와 제제가 책 속으로 들어가서 책 속에 설정된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고 책 밖으로 나온다는 부분도 재미있다.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나 상상의 과정이 드러나 있다. 그림은 동판화 기법을 사용하였고 갈색을 주조색으로 해서 검정과 빨강 세 가지 색으로 모든 장면을 표현하고 있다. 농담을 달리한 갈색이 전체적으로 조금 어두우면서 따뜻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요즘은 워킹맘이 많아져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손주를 봐 주는 가정들도 많다. 제제와 할아버지처럼 긴 하루를 도서관에서 보내는 것은 어떨지? 작가 유태은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이 책은 미국에서 먼저 출간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