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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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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위에서 아래로 읽어도
아래서 위로 읽어도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이야기 주머니 주위로 산딸기가 비밀스럽게 열리고 뱀은 혀를 날름거린다. 속지의 파란 이야기 주머니 위에는 까만 박쥐가 여기저기로 난다. 무서운 이야기 인가봐.
아이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등장한다. 중앙에 오래된 미루나무를 앉힌 동네가 펼쳐지고 아이는 서당에서나 돌아오는 냥 장승이 지키는 마을 입구로 들어서더니, 이 빠진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 광주리장사 이야기에 빠졌다가는, 나물 캐는 아이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곰방대 할아버지 이야기에 장단 맞추고, 삿갓 나그네의 이야기를 듣는데 벌써 저녁이 됐는지 나무 가지 위에는 부엉이도 귀를 쫑긋거린다. 양면 가득히 펼쳐진 첫 장에 글은 단지 세 줄인데 위 이야기가 다 담겨져 있다. 이 뛰어난 이야기꾼 이억배 선생님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들은 모든 이야기를 담은, 손 큰 할머니의 만두만큼 큰 이야기 주머니를 다락에 올려놓는다. 애들 좋아하는 사탕이 숨겨 진, 곧잘 올라가 숨거나 노는 그러다가 얼핏 낮잠에 빠지기도 하는 침침한 다락에서 밤에 잘 때면 천장을 오가는 쥐 소리처럼 뭔가 뛰어나올 것 같다. 뒤 곁 대숲에 바람이 우는 밤 그 다락 위 주머니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의 음모!
옛 양반 들은 듣기는 열심히 하지만 입 여는 것은 가벼운 걸로 여겼다지. 허생전에도 보면 차림이 남루한 허생이 전당포에 가서 잡히는 물건 없이 거금을 쉽게 빌릴 수 있었던 것도 말이 많지 않아 ‘양반이라면 입이 무거운 것이 첫째’라는 주인에게 좋게 보인 탓이란다. 한 마디 말없이 이야기 한자 한자 적어 꽁꽁 묶어 둔 아이는 그런 면에서 양반이었지. 그런데 정말 멋진 건 머슴의 활약이었어. 물정 모르는 아이의 샘물 타령, 딸기 타령, 청실배 타령을 과감하게 물리치는가 하면 초례청에서 독뱀으로부터 이제 막 새신랑이 되려는 아이를 구해 냈잖아. 그 머리 위를 나는 수탉 두 마리! 세상에서 제일 힘 센 수탉 일거야. 그리고 펼쳐 진 주머니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밤새 다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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