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그림: 유리 슐레비츠
옮긴이: 김영선
발행일: 2008. 6. 10. (원저 발행: 2008)
출판사: 시공주니어
서평: 김세희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고문, KBBY 운영위원)
내가 만난 꿈의 지도(How I Learned Geography)는 슐레비츠 자신이 아버지와 관련한 네다섯 살 때의 실제 기억을 담은 그림책이다. 폴란드 태생인 슐레비츠는 2차 세계대전으로 부모와 함께 폴란드를 떠나 소련으로 피난 가서 살게 된다. 언제나 배고픈 피난살이 속에 빵을 구하러간 아버지는 빵 대신 세계지도를 사온다. 하루 종일 먹을 것을 기다렸던 아이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원망까지 한다. 그러나 커다란 지도가 한쪽 벽을 차지한 다음날부터 그 지도는 아이에게 마법처럼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아이는 빵 대신 지도를 사온 아버지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용서한다.
“그 돈으로는 손톱만 한 빵 밖에 못 사겠더라고. 그걸 먹어도 배고프긴 마찬가지일 거야.” 슐레비츠의 아버지는 허기지고 힘든 피난 생활 속에서도 인간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고 계셨다. 아버지에게서 배운 인간에 대한 통찰력은 훗날 유리 슐레비츠 그림책과 저서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었어요!” 인간이 가진 대단한 능력 중 하나는 ‘상상력’이다. 세계지도 한 장으로 아이는 뜨거운 사막, 모래 알갱이가 느껴지는 시원한 바닷가,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는 눈 덮인 산 등 다양한 세계 속에서 행복한 순간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지도가 이끌어낸 아이의 상상력은 배고픈 것도 힘든 것도 잊을 수 있게 해준다. 옆집 작가아저씨가 빵 한 조각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상상하며 먹는 것도 상상력이라는 능력을 사용한 인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허름한 피난민 옷차림의 아이는 그림으로 잘 표현된 다양한 세상 속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경이로운 세상을 넘나든다. ‘인간은 언제 행복한가?’에서 그 언제중 하나는 배고픈 것도 잊을 수 있는 몰입의 순간이라는 것을 이 그림책은 잘 보여준다. 그림책 작가 유리 슐레비츠에게도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을 글과 그림으로 되살려낸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