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숲으로 간 코끼리
글, 그림: 하재경
발행일: 2007. 12
출판사: 보림
서평: 서정숙(이화여대 강사,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부회장)
최근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그것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태도를 길러주는 생태교육과정이 강조되고 있다. 어린이로 하여금 동물, 식물, 인간이 공히 목숨을 지닌 생명체라는 사실을 기본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이들의 삶 각각에 똑같은 무게의 관심을 기울이게 할 뿐 아니라 이들 간의 공존적 관계를 살피도록 할 필요가 있다. 「숲으로 간 코끼리」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스러져간 코끼리에 대한 묘사를 통해 자기중심적인 인간에 대한 자기반성과 동물의 삶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을 촉구하고 있다.
작은 코끼리 한 마리가 서커스단에 왔다. 물론 스스로 오고 싶어 온 것이 아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다. 코끼리는 날마다 쉬지 않고 고된 훈련을 받는다. 그러나 늙어서 더 이상 재주를 부릴 수 없게 되자 코끼리는 서커스단에서 동물원으로 옮겨 갈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에 코끼리는 자유를 꿈꾼다. 더 이상 철창에 갇혀 지내지 않고 엄마와 살던 숲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는 꿈을. 그리고 이 꿈은 실현된다. 코끼리 앞에 나타난 작은 요정이 철창문을 열어주고 코끼리를 숲으로 인도한다. 숲에서 진흙 목욕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열매도 따먹으며 더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코끼리는 그 동안 인간 세계에서 받은 고통과 상처가 깨끗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코끼리는 나른해진 몸과 마음으로 잠이 든다. 이렇게 잠이 든 코끼리에게로 서커스단 사람들이 온다. 코끼리는 그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행복한 표정을 지은 채, 철창 밖의 꽃향기를 맡듯 긴 코를 꽃을 향해 뻗은 채 잠들어 있다. 이를 본 사람들은 경건한 자세로 코끼리의 명복을 빌어준다. 사람들은 코끼리의 죽음 앞에서야 코끼리 편에서 그의 삶을 바라보게 된 듯하다. 마침내 코끼리는 숲으로 옮겨졌고, 숲의 일부가 된다.
이 그림책은 글과 함께 그림의 내용 전달력도 돋보인다. 그림은 원화 없이 컴퓨터 작업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의 그림이 주제의 무게감을 덜어준다. 코끼리가 힘든 훈련을 받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은 실루엣으로 처리하여 보는 이의 마음에 더 큰 울림을 준다. 또한 동물원으로 가게 된 것을 안 코끼리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는 철창 안에서 꽃을 등지고 서 있지만, 요정의 덕분으로 숲을 다녀온 후에는 철창 안에서 꽃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편안하게 누워 있는데, 이런 대조적인 그림 표현은 독자로 하여금 코끼리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이 그림책을 읽으며 어린이와 여러 가지 이야기도 나누고 활동도 할 수 있다. 코끼리가 훈련을 받는 동안, 동물원으로 가게 된 것을 알았을 때, 요정과 진흙 목욕을 할 때나 숨바꼭질을 할 때, 요정 곁에 편안하게 누워있을 때, 코끼리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어린이에게 그 마음을 말로 표현하게 하거나 말풍선에 써넣게 할 수 있다. 코끼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서커스단에 오게 되었을지 또는 코끼리가 동물원으로 가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 지에 대해 이야기 짓기를 할 수도 있다. 또한 야생 동물을 동물원에 보내는 것과 야생에서 키우는 것에 대한 토론으로 확장시킬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앤서니 브라운의 「동물원」이나 이수지의 「동물원」도 함께 감상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