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글렌 링트베드
그림: 샬로테 파르디
옮김: 안미란
출판사: 느림보
출판일: 2007년 11월 12일
서평: 송미선(김포대학 유아교육과)
어린이 문학에서 ‘죽음’은 그리 많이 다루어지지 않는 무겁고 심각한 주제입니다.
아이 발달수준에 알맞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절히 죽음의 의미를 설명해 주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나 가족의 죽음이나 애지중지 기르던 애완동물의 갑작스런 죽음을 직접 체험하고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아이에겐 더더욱 그러합니다. 이 책의 저자 글렌 링트베드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를 잃고 슬퍼하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합니다.
그림책은 첫 장부터 저승사자가 등장합니다. 시커먼 옷을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날카로운 코가 삐죽 나온 무서운 모습의 사람이 어린 네 남매와 함께 식탁에 앉아 있습니다. 그는 위층에 있는 병든 할머니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 ‘죽음’입니다. 아이들은 죽음에게 연신 커피를 따라주며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려고 애씁니다. ‘계속 커피를 따라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할머니를 못 데리고 갈꺼야’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했지요. 막내는 ‘죽음’의 손을 꼭 쥐고 슬픈 목소리로 말합니다. “우리는 할머니를 너무너무 사랑해요. 그런데 할머니가 왜 돌아가셔야 하지요?” 가만히 식탁을 내려다 보던 ‘죽음’이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먼 옛날, ‘눈물’과 ‘웃음’이, ‘기쁨’이와 ‘슬픔’이가 서로 만나 오래 오래 사랑하며 살다가, 함께 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얘들아, 죽음이 없다면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니? 비 오는 날이 없어도 햇볕의 고마움을 알 수 있을까? 밤이 없다면 아침을 기다릴 필요가 없겠지?” 어느덧 창 밖에는 동이 트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위충으로 뛰어 올라 갔을 때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신 뒤였어요. 침대 발치에 서 있던 ‘죽음’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마음아 울어라. 하지만 오래 슬퍼하지 말거라...”
이 책의 저자는 삶과 죽음을 별개의 동떨어진 것이 아닌, 삶의 한 형태로서의 죽음을 이야기 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너무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끝이 있고, 죽음 역시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개들도 하늘나라에 가요>처럼 죽음 이후의 세상을 아름답게 묘사해 놓은 책이 아니라서,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없애고 이별의 슬픔을 크게 위로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지하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 볼 기회를 줄 것 같습니다. 죽음의 본질을 다룬 다소 철학적인 책이라 너무 어린 유아보다는 좀 나이 든 유아에게 적합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