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데이빗 위즈너
출판일: 2007. 3. 22.
서평: 변윤희(동명대학교 유아교육과)
누구나 한번쯤은 낮에 경험했던 일이나 잠들기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이제껏 이루지 못한 소망들과 함께 뒤죽박죽 섞여있는 꿈을 꾸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어느 여행 잡지에서 본 듯한 멋진 해안가와 평소에 갖고 싶어 하던 요트에 대한 소망이 꿈에서 아름답게 어우러진, 시원한 바람에 요트를 타고 푸른 바다를 달리는 그야말로 꿈같은 꿈 말입니다. 이 책은 바로 한 소년의 그런 꿈같은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도책을 읽다가 잠이 든 아이는 책에서 떨어져 나간 그 한 페이지를 뒤좇아 글과 말이 필요 없는 초현실적인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열려진 창문으로부터 상상력의 바람이 솔솔 불어 들어와 소년을 꿈의 세계로 데리고 갑니다. 아이가 덮고 자던 체스 판 무늬의 이불은 어느덧 광대한 체스판 문양의 들판으로 변하여 펼쳐져 있고, 소년은 그곳에서 체스 판의 말인 왕과 왕비와 주교와 기사와 병사들의 환대를 받고서 고대의 성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성 안의 기둥들이 서서히 나무로 바뀌기 시작하고 성벽은 점점 용으로 변신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소년은 칼과 방패를 손에 든 채 나무가 우거진 숲 속에 누워 있는 용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윽고, 소년은 용을 피해서 나무들 사이에 난 틈새를 통해 책들로 이루어진 초현실적인 세계로 탈출합니다. 소년은 이런 초현실적인 모험 속에서 잃어버린 그 페이지를 좇아 계속 추구하지만, 그 페이지는 손에 잡힐 듯하다가도 이내 다른 그림 속으로 미끄러지듯 도망쳐버립니다. 마치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그 무엇을 잡으려 하나 어느 순간 놓치듯이 말입니다. 이렇듯 잃어버린 지도책의 한 장과 숨바꼭질을 벌이던 소년은 마침내 그 지도를 손에 넣게 되고, 또 다시 성 안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번에 들어간 왕궁은 그 크기가 작아 마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소인국과도 같으며, 손가락만한 사람들이 거인처럼 비스듬히 누워있는 소년에게 그 지도에 대해 무언가 열심히 설명해줍니다. 곧 소년은 그 나라에서 돼지를 얻어 타고서 저 멀리 날아가는 지도를 따라 험준한 바위산을 올라가며 또 다시 여행길에 오릅니다. 이어지는 다음 장에서는 바위산이 고층 건물로 가득 찬 현대 도시로 변모하였으나, 곧 얼마안가 그 건물들은 갑자기 분해되어 낱장의 책장으로 뒤바뀌면서 하나씩 하늘로 날아갑니다. 그렇게 날아가던 책장들은 다시 서로 끼리끼리 맞붙어 커다란 지도로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공중 분해된 도시와 함께 날아가던 소년은 체스판 문양의 해변에 떨어지게 됩니다. 여기서 소년은 다시 서서히 백조로 변신해가는 낙엽을 타고서 체스판 문양의 파도를 건너 침대로 되돌아와 체스 판 무늬의 이불을 덮고 다시 잠자리에 들게 됩니다. 이렇게 잠이 든 소년의 침대 주변에는 체스판과 체스 말, 어항, 용 인형, 책, 열려진 창문과 그 안으로 들어오는 새들이 있습니다. 이 모든 사물들은 바로 아이가 읽다 잠든 지도책과 더불어 소년이 왜 이러한 꿈을 꾸었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이 마지막 장면, 이 단 한 장의 그림만으로도 이 이야기의 모든 사건의 전말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듯한데, 이것이 바로 글 없는 그림책이 보여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렇듯 이 그림책의 각 장면들은 혼란스럽고 비논리적이지만 나름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이야기의 서사를 진행합니다. 문득, 이 그림책의 첫 장면에서부터 마지막 장면까지의 모든 장면을 하나로 연결하여 벽에 오려 붙인다면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멋진 벽화가 탄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0년 아동문학 수업시간에 그림책 작가 연구를 하면서부터입니다. ‘데이빗 위즈너’라는 작가를 선택하여 그의 작품을 하나 둘 씩 수집하며 읽게 된 이 그림책은 그의 초기작으로서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이 어떤 작업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