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브리기테 베니거
그림: 베레나 발하우수
옮긴이: 김서정
출판일: 2007.12.15
서 평: 나은숙(서울신학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오늘날 어린이들의 그림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선이나 악 외에 다른 심리적인 특성을 반영하고자하는 노력들이 엿보인다. 작가 브리기테 베니거는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면서 부모의 싸움이 어린이들에게 커다란 스트레스란 것을 이해하고 그림책에 이러한 어린이들의 심리상태를 캐릭터에 반영하였다. 사실 정신세계를 문학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특히 독자층이 어린이인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브리기테 베니거는 주인공 토비가 엄마와 아빠의 싸움으로 인해 화가 난 심리상태를 귀를 막고 발을 쾅쾅 구르는 행위로 표현하고 있으며, 베레나 발하우스는 엄마의 내면세계를 대문자 G와 음표로, 아빠의 내면세계를 소문자 g와 수학기호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그림을 반복적으로 그려내어 어린 독자로 하여금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이해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주인공 토비는 엄마아빠의 싸우는 소리를 듣고 피신하듯 위층 푼타 아줌마네로 간다. 그 곳에서도 고양이들이 으르렁대며 싸우고 있자 “왜 다들 싸우는 거예요?”라고 토비는 화가 난 듯 푼타 아줌마에게 묻는다. 아줌마는 토비에게 사과를 정원에서 주어오게 하며, 사과를 깎으면서 토비에게 말한다. “이 세상에 싸움이 없을 수는 없단다. 때론 자기 생각을 말해야 하고 어떨 때는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야. 그럴 때는 싸우는 게 좋을 수도 있지.” 이어 반은 노랗고 반은 빨간 사과를 보여주면서 묻고 답한다. “노란 쪽은 엄마 편, 빨간 색은 아빠 편, 어느 색이 맞을까 ...” “노란 쪽은 엄마 편이야. 이쪽에 있으면 모든 게 노랗게 보이지. 그러면 너는 노랑이 맞다고 생각하게 돼”. 푼타 아줌마는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보려고 하다보면 싸울 수 있고 싸우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엄마의 입장에 대한 심리세계를 베레나 발하우스는 노란색 사과 그림 속에 엄마그림과 대문자 G, 음표를 함께 표현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부모가 싸우면 혹시 나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 함께 내가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지 불안해한다. 이러한 심리를 정확히 아는 브리기테 베니거는 “나는 어디 있어야 해요?”라고 주인공 토비의 목소리를 통해 질문한다. 그리고 토비 스스로 그 답을 찾도록 한다. “나는 이 가운데 있어요. 엄마랑 아빠 사이에요”. 그리고 싸우고 있는 엄마와 아빠에게 자신이 그린 사과그림을 보여주며 자신은 씨앗이라고 말한다. 토비는 이제 엄마 아빠가 자신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사과가 한쪽은 빨간 색이고, 한쪽은 노란 색이어도 씨앗이 사과 속 한가운데 있는 것 처럼. 그리고 엄마 아빠는 토비가 그린 그림을 보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엄마아빠가 싸우실 때 나는 불안한 마음에 엄마편이 되어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빠편이 되어 이야기를 들어주곤 하였다. 그리고 서로 화해하도록 의견을 내었다. 엄마아빠는 나에게 “변호사”라고 불러주셨다. 엄마아빠는 싸우시면 은근 슬쩍 어린 딸이 당신들의 서로의 입장을 귀 기울여주길 원하셨던 것 같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바쁜 생활패턴에 쫓기며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다보면 부부싸움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부부 싸움을 지켜보는 어린이들은 싸움의 원인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커다란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엄마 아빠의 싸움이 어린이 자신에 의한 것이 아니며, 왜 엄마아빠가 싸우는지 그 입장들을 어린이의 시선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글과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불안한 심리상황에서 어린이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안내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