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내 자전거
글/그림: 예안더
옮긴이: 심봉희
출판사: 예림당
출판일: 2007. 9. 20
서평자; 김 정 화 (숭의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남자아이에게 자전거는 단순한 놀잇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나를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켜줄 수 있는 것. 속도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어른에게 있어서 자동차와 같지 않을까?
나는 자전거 타기를 좋아한다.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 타기도 하지만 나는 언제나 맨 꼴찌
이다. 자전거 타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자전거는 낡고 큰 짐자전거이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의 자전거는 자물쇠를 채워서 세워 둬야 하지만, 내 자전거는 자룰쇠를 채울 필요가 없다. 아무도 갖고 싶어 하지 않으므로. 어느 날 나는 할아버지의 요술램프를 빌려와서 새 자전거를 갖고 싶다는 소원을 빌어본다. 요술램프의 효력이 나타난 것일까? 친한 친구가 반짝반짝 빛나는 새 자전거를 사게 되고, 자전거를 잘 못타는 친구를 뒤에 태우고 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울퉁불퉁한 길에서 사고가 나는 바람에 친구는 다리를 다치게 되고 친구를 통한 소원 성취의 기쁨도 끝나고 만다. 시험을 잘 보면 자전거를 사 주신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어렵게 백점을 받아 오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속 깊은 나는 마침내 대단한 결심을 하게 된다. 반짝반짝 빛나는 새 자전거 대신, 자전거를 마음껏 그릴 수 있는 크레용을 사기로. 지금의 자전거는 새로 칠을 해서 타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나는 새 크레용과 새로 칠한 자전거를 갖게 되었다.
겉표지의 파란 하늘색이 너무 선연해서 집어 들었던 책이었다.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그 상황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추어서 자신의 꿈을 조절해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한편 너무도 어른스러운 주인공의 결심에 가슴 한구석이 아파오기도 한다. 씩씩하고 지혜로운 주인공의 꿈은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연처럼 언제까지나 꺽이지 않을 듯하다. 절약을 미덕으로 여기던 어려운 시절을 경험한 부모 세대에게는 너무나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자전거처럼 간절히 소망했지만 가질 수 없었던 경험들이 누구나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갖고 싶은 것은 그 때 그 때 가질 수 있는 오늘을 사는 유아들도 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까? “가게에 가서 사면 되는데 왜 그러지?” 이런 말을 하지는 않을지? 그래서 이 책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