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정욱
그림: 박은영
출판사: 뜨인돌어린이
출판일: 2007년 9월
서평: 고선주(숭의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볕이 고운 날 입니다. 태풍 장마가 영 물러설 줄 모르더니. 가로수 은행이 터져 냄새를 풍기고, 건너 산이 유난히 커 보입니다. 산 속 방황하는 도토리와 상수리를 구해주러 떠나는 분들은 자연인이십니다. 초등학생을 동반하셨다면 ‘고맙습니다’도 한 권 끼고 가시지요. 분량 면에서 무겁지 않고, 내용면에서 가볍지 않은.
‘고맙습니다’는 두 발로 서는 존재, Homo erectus가 서지 못했을 때 겪는 이야기입니다. 돌아다니며 남 흉도 보고, 먹이(어려서는 학교)도 구하고, 쫒기면 달아나기도 해야 하는데. 우주 정거장을 세우고 생쥐 등에 귀를 다는 세상인데도 두 발이 불편하면 이런 일들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주위의 누군가에게 의존하게 되고, 의존해야만 하는 약함이 싫어 고마운 사람에게 오히려 짜증이 납니다. 고마운 마음도 저만큼 가고.
동양 양반은 마누라를 제 집 종 부리 듯 “물 가져와라”, “이불 깔아라”. 서양 신사는 여자를 혼자 자기 옷도 입지 못하고,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문도 혼자 못 여는 장애인 취급한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수가 무시당하지 않고 힘없는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는 평등사회를 당겨 실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편견’도 같이 권합니다. 장애인과 여성, 그리고 또 다른 비주류의 이야기가 들어 있어요.
글 저자 고정욱 선생님은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청소년도서분과 모임에서 모신 적이 있습니다. 일급지체장애자이시기도 합니다. 오늘의 작가 뒤에 절대적으로 헌신해주신 어머니가 계셨다고 하셨습니다. 이 좋은 시간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 주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