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다비드 칼리
그림: 세르주 블로크
옮긴이: 안수연
출판사: 문학동네
발행일: 2007년 7월 10일
서평: 김세희 (덕성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외래 교수)
이 그림책을 동료나 대학생 등 어른들에게 소개할 기회가 많았다.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고 작가의 글과 그림에 동의하며 감동까지 받는 사람도 있었다. 인간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비슷한 인생의 과정을 겪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여기저기에서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이란 말을 들어 보았다. 이 그림책은 바로 그 진실을 검정 펜으로 스케치한 것과 같은 그림과 빨간 털실을 이용해 이야기하고 있다. 흰 표지, 빨간 책 등과 빨간 면지도 그림책 속의 검정과 빨강, 흰 여백과 깔끔하게 잘 어울린다. 빨간 털실은 탯줄, 부부간의 엉킨 감정, 끊어지려는 듯이 연결된 가녀린 생명의 끈, 새 식구가 될 손자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다림을 매개로 하여 짧은 그림책 속에서 많은 양의 여백, 적은 양의 글, 다소 가벼워 보이는 그림으로 보통 사람의 삶을 핵심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 이 책을 색다르게 보이게 하는 가로로 긴 판형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그리움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이다. 이 그림책을 읽으며 ‘나는 이 그림책 속의 어디쯤 가고 있을까?’ 가늠해볼 수 있고, 나이가 들면 병과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진실에 마음이 다소 아플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 언저리 그것은 끝이 아니며 또 다른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의 빨간 털실 뭉치 아래의 ‘끝’아니라 ‘끈’이라는 단어로 전하고 있다.
어린 아이도, 젊은이도, 늙은이도 모두 소망을 담고 무엇인가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깊어지고 무게가 더해진다. 그 기다림 속에는 사랑과 그리움으로 차곡차곡 쌓아온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떤 면에서 그러한 기다림의 감정들을 돌이켜 보고 서로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군대로 떠나는 연인을 보내며 역장의 신호를 그녀는 정말 기다렸을까? 엄마가 빠진 세 남자만의 휴가는 즐거웠을까? 다소 부정적 시각으로 보이는 면도 있다. 이 그림책을 그린 작가의 생애에서 중요한 지명인 프랑스의 ‘콜마르’, ‘스트라스부르’가 유명한 그림책 작가 토미 웅거러의 생애에도 중요했던 지명이라는 것도 우연스럽지만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