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앨리슨 맥기
그림: 피터 레이놀즈
옮긴이 : 김경연
출판사 : 문학동네
발행연도: 2007. 6. 11
서평 : 김민화(한북대학교 영유아보육학과 교수)
이 책은 세상에 딸로 태어나 딸을 낳아 기르는 모든 어머니들의 이야기이다. 앨리슨 맥기의 글은 어머니들의 마음을 어쩌면 그렇게 잘 표현하고 있는지, “나의 뼛속으로부터 우러나온 글” 이라고 밝힌 맥기의 말처럼, 딸을 키워본 그리고 딸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뼛속까지 스며드는 강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는 번역의 힘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책이다. 덧붙여 <점>과 <느끼는 대로>로 잘 알려진 피터 레이놀즈는 이 책에서도 하얀 여백으로 강력한 힘을 만들어 낸다. 그림책 사이사이의 하얀 공간은 책을 읽는 딸이자 어머니인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만나는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책이 만들어준 공간 속에서 나의 어머니와 나와 나의 딸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
갓 태어난 딸을 신기함과 기쁨으로 바라보는 어머니는 아이에 대해 수많은 꿈을 꾼다.
“이따금 난 바라본단다. 네가 꿈을 꾸는 모습을. 그리고 나도 꿈을 꾸지.”
그래, 이게 바로 내 마음이야! 더 이상 혼자서 이 책을 읽을 수 없었다. 해서, 이미 오래전부터 혼자 잠자는 것에 익숙한 딸아이의 침대로 파고들었다. 느닷없는 습격에 때 아닌 그림책까지 읽어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딸아이에게 작은 세발자전거에서 끙끙대던 딸아이가 처음으로 커다란 바퀴의 두발자전거를 타게 된 모습을 지켜보던 그때의 감격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리곤 ‘엄마는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꿈꾸고 있단다.’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책이 알아서 다 해 주었다. 딸아이도 무슨 느낌이 있었는지 나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책을 읽는 동안 나와 딸아이 사이에는 무엇인가 자꾸 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머니는 살면서 딸이 겪게 될 일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자신이 딸로서 자라는 어린 시절 그랬기 때문이다. 책 속의 어머니는 “아마 너는 ~거야”라는 말로 때론 서늘한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고, 때론 기쁨으로 두 눈을 반짝이고, 또 때론 심장이 터지도록 뛰어오르고 싶은 욕망과 모든 것이 꺼져 내리는 절망을 느낄 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왜 그런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떠날 때가 되면 떠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법. 어머니는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딸이 집을 떠나고 자신의 등에 또 하나의 딸을 위한 둥지를 틀어주는 것을 지켜본다.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또 다른 딸을 낳아 그 딸이 커가는 것을 바라보며 느끼는 마음까지 읽어낸다. 그리고 자신의 딸이 또 다른 딸을 키워 떠나보내고 또 다른 딸이 그의 또 다른 딸이 커가는 것을 보게 되는 먼 훗날에서야 자신을 기억해 낼 거라며 이야기를 끝낸다. 그 순간 애초의 어머니가 자신의 딸의 옆에 있을지 그렇지 않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책을 덮으면서 삶이 바쁘고 고단하다는 핑계로 잊고 있던 어머니를 떠올렸다. “시집가서 꼭 너 같은 딸을 낳아서 길러보면 내 마음을 알거다!”라며 으름장을 놓으시던 어머니. 사춘기에 접어들어 빠득빠득 대들고 말대꾸하는 딸과 씨름하는 나를 보며 “고거 참 깨소금 맛이다!”라며 놀리곤 하시던 어머니. 내 머리가 은빛으로 빛나는 그 어느 날에서야 낡은 앨범 속에서 어머니를 찾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내일 일찍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