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암탉
글. 그림: 폴 갈돈
옮긴이 : 엄혜숙
출판사 : 시공주니어
발행연도: 2007. 7. 26
서평 : 정 진(우송공업대학 교수)
“빨간 암탉”은 폴 갈돈이 옛날이야기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편안하면서 강렬한 이미지의 그림을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입말체 문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과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되는 옛날이야기의 특성을 살리고 있다.
작은 빨간 암탉은 고양이와 개, 생쥐와 함께 산다. 하지만 고양이와 개와 생쥐는 잠만 자는 것을 좋아할 뿐, 집안일은 모두 작은 빨간 암탉의 몫이다. 그렇게 혼자 열심히 일을 하던 작은 빨간 암탉은 밀알을 줍게 되고, 또 혼자서 밀알을 심고 자란 밀을 베고 다시 밀로 밀가루를 얻어 케이크를 만들게 된다. 그동안의 노동 대가로 얻어진 케이크를 고양이와 개와 생쥐 앞에서 먹어치움으로써 고양이와 개, 생쥐가 작은 빨간 암탉을 잘 돕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옛날이야기에서는 약자의 편에 서서 행복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힘써 노력하여 얻는 것임을 보여줌으로써 강자와 맞설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에서 암탉은 작지만 결코 평범한 모습이 아닌 빨간 암탉이다. 맨 앞부분의 그림에서 빨래를 널고 청소하는 빨간 암탉의 모습은 폭신한 소파에서 자는 고양이와 흔들 그네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는 개, 따뜻한 의자에서 조는 생쥐에 비하면 작고 힘겨운 약자이다. 하지만 부지런하고 진실한 사람은 하늘이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모든 집안일을 하던 암탉은 괭이질을 하다 밀알을 발견하게 된다. 작고 빨간 암탉에게 밀알을 심는 일은 고난극복의 의지이며, 소망과 바람이기도 하다. 이 밀알은 암탉이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태어나게 하는 씨앗 역할을 해 주는 것이며,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이야기를 통해서 보상해주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일을 하기 싫어하는 고양이, 개, 생쥐의 모습과 “그럼, 내가 할께”하면서 일을 하나씩 해내는 작은 빨간 암탉의 모습은 매우 대조를 이룬다. 작은 빨간 암탉은 점점 더 당당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결국 작은 빨간 암탉은 밀알로 먹음직스러운 케이크를 혼자 힘으로 완성해내고, 자기가 케이크를 먹을 수 있는 정당성을 말하면서 “나 혼자서 다 먹을 테야!”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 장면에서 빨간 암탉은 작지만 전혀 작지 않은, 힘차고 당찬 모습의 빨간 암탉이 더 돋보인다. 이제 더 이상 작은 빨간 암탉은 약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에서 부스러기까지 죄다 먹는 작은 빨간 암탉 뒤로 바라보는 고양이, 개, 생쥐의 표정과 작은 빨간 암탉을 도와 일하는 세 친구의 모습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과 통쾌함을 던져준다.
어렵고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노력하는 만큼 대가가 있다는 믿음이 힘이 되게 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