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소식         공지사항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269



■ 글 : 이상희

■ 그림 : 곽영권

■ 출판사 : 사계절

■ 출판일 : 2007. 5. 7

■ 서평 : 정대련(동덕여자대학교 아동학과)




이 그림책은 불교경전 <부모은중경 父母恩重經> 중 부모님 은혜를 읊은 열 개의 게송에 기초하여 재창작한 책이다. 글 작가 이상희 시인은 부처님이 읊어 주신 게송을 아름다운 현대적 시어로 다시 풀어 쓰며, 돌아가신 부모님과 살아계신 시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이 글을 썼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 곽영권 교수는, 부모은중경에 담긴 뜻을 독창적으로 해석하여 질박한 우리나라 전통 민화 느낌의 절제된 선과 색으로 겹겹의 상징과 은유로 풀어내며, 팔순의 어머니께 드리고자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그림책으로 꾸며진 이 책이 오히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어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적셔 주는 이유가 여기에 기인하리라.
인연을 맺어 품어 주신 첫 번째 은혜 (懷耽守護恩 회탐수호은), 낳을 두려움을 받아들이신 두 번째 은혜 (臨産受苦恩 임산수고은), 낳으실 제 괴로움을 잊으신 세 번째 은혜 (生子忘憂恩 생자망우은), 좋은 것만 가려 먹여 주신 네 번째 은혜 (咽苦吐甘恩 연고토감은),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뉘신 다섯 번째 은혜 (廻乾就濕恩 회건취습은), 온몸으로 젖 먹여 길러 주신 여섯 번째 은혜 (乳哺養育恩 유포양육은),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 주신 일곱 번째 은혜 (洗濁不淨恩 세탁부정은), 먼 길 떠난 자식 걱정하시는 여덟 번째 은혜 (遠行憶念恩 원행억념은), 자식 위해 온갖 고생하시는 아홉 번째 은혜 (爲造惡業恩 위조악업은), 사랑하고 또 사랑하시는 열 번째 은혜 (究竟憐愍恩 구경연민은)까지 부처님이 들려주신 부모님의 은혜는 깊기만 하다.
굶주리는 어버이께 제 살을 도려내어 백천 번을 드린들, 추우신 어버이께 제 몸에 불을 붙여 백천 번을 쬐어 드린들, 늙으신 어버이를 양 어깨에 들쳐 업고 아름다운 산천을 구경시켜 드리고자 수미산 산길을 백천 번 오른다 한들, 다 갚지 못할 부모님의 은혜라는 부처님의 설법이다. 그리고 그 은혜 잊지 않고 부모님이 세상 떠나실 때까지 정성을 다해 섬기고 사랑하다가 저 세상 갔을 때 그리운 어버이 만나 영원토록 함께 살리라는 글 작가의 마음이 시가 되고, 그림 작가의 은유적 상징으로 그림 되어 다시 살아난 것이다.
흔히 <효경>이나 오륜의 부자유친(父子有親) 등, 우리나라 전통적 효 개념의 뿌리를 유학에서 찾곤 한다. 그러나 불교경전에서 새기고 있는 효 사상 또한 우리 효 문화의 중요한 기저였음을 이 그림책이 증명해보이고 있다. 특히 이 그림책은 작은 사물과 그림에 민감한 어린이들이 유심히 들여다보고 발견하며 환호할 수 있는 작고 섬세한 그림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은은하게 낮춘 자연색조의 전통 복식들, 부모 자식 된 도리와 삶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동화의 환상적 요소가 깃든 이야기의 시적 운율과 함께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오늘날 어린이 특히 유아를 위한 그림은 밝고 선명하며 가벼운 느낌을 주조로 하고, 글도 발음하기 쉽고 예쁜 말들로 쓰여 진다. 부모은중경에 담긴 뜻을 전하려는 이 그림책은 자칫 “지나치게 비장하고 어려운 말로 쓰였다.”거나 “조촐하고 가라앉은 색감 때문에 어린이의 눈길을 집중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이란 유전자처럼 이미 우리의 숨결 속에 켜켜이 새겨져 있다. 부모님의 은혜를 기리는 전통적 삶과 정신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이 책을 어린이들 곁에 가까이 두고 민족 정서와 감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돕는 길잡이로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첨부파일
one.jpg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