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회장을 맡게 된 김창원 교수입니다. 회장직을 수행하기에 앞서 잠시 학회장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점’이었습니다. ‘점’이 모여서 ‘선’이 되듯, 학회가 그동안 공들여 쌓아올린 학술적 성과와 전통이 다음 대로 잘 이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회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하나의 작은 ‘점’처럼, 빛나지는 않아도, 누군가는 꼭 거기에 있어 주어야만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학회는 선배 학자들의 노력으로 국문학계의 대표적인 학술단체의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만, 오늘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아 걱정입니다. 시조 연구자의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얼마 안 되는 시조 전공자들마저 세대간, 학회간, 학교간, 지역간의 장벽으로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고 안주하고 있습니다. 시조 연구 주제도 고갈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또 사회가 추구하는 지식의 흐름을 우리들의 연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우리 학회의 회원님들과 이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학회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다음 몇 가지 일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자유롭고 열려 있는 학술의 장을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 학회가 기존 회원은 물론, 오늘 시조를 공부하고 전공하는 모든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모이고, 또 격의 없이 학술 토론을 벌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둘째, 우리 학회가 시조의 전문 연구단체로서 추구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시조의 문학성을 규명하는 일에 더욱 힘쓸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연구 작업이 사람살이에 밀착된 인문학으로서의 시조 연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셋째, 학회지에 실리는 논문들이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채롭게 하는 일입니다. 고시조와 근현대시조에 대한 연구, 시조와 다른 장르와의 비교 연구, 그리고 시조 연구의 지평을 확대하고 심화하는 좋은 논문들이 많이 실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넷째, 시조학총서를 출간하는 일입니다. 오래 전 우리 학회에서 기획한 ‘고시조작가론(1986)’과 ‘속고시조작가론(1990)’이 출간된 후 더 이상 총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학회가 가지고 있는 학술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고, 나아가 시조 연구성과를 일반인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새로 출발하는 제 20대 학회 임원들을 따스한 마음으로 살펴주시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4년 4월 3일
한국시조학회 회장 김창원(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삼가 드림.